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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논픽션

지능의 역설 | 지능은 인간 가치의 척도가 아니다

2022. 12. 7.

지능의 역설
지능의 역설

 

흔히 높은 지능은 현대 사회에서 훌륭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은 교육 수준도 높고, 학업 성적이 우수해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능을 곧 그 사람의 가치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지능의 역설>은 그런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입니다.

 

지능은 체중이나 신장 같은 특징 중의 하나이지, 인간의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 책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지능이 인간 생존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진화심리학과 미국 GSS, Add Health,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를 통해 분석했습니다.

 

목차

     

    1. 자연스러운 것이란?

    먼저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이 '자연스러움'입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란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설계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부자연스러운 것은 그렇게 설계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사바나 원칙

    사바나
    인간의 뇌는 사바나에 머물러 있다

     

    진화심리학의 기본적인 이론인 '사바나 원칙'을 알면 자연스러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바나 원칙'이란 먼 옛날 우리 조상이 사바나 같은 초원에서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고, 우리의 뇌도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데요. 현대 사람들이 사바나에서 생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는 사바나에서 사는 것처럼 뇌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TV 드라마, 예능을 보고 우리가 울거나 웃는 이유는 뭘까요? TV 속 사람들이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조상들이 살고 있던 환경에서는 진짜 사람 같은 리얼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TV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르노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남자들이 포르노를 시청하고 즐기는 이유는, 다양한 성적 만남을 추구했던 남자의 본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포르노 소비를 통해 진짜 여성과 만나고 있다고 뇌가 착각하는 것이죠. 반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포르노를 덜 즐기는 이유는, 여성은 많은 파트너와 성교를 해도 번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포르노를 소비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여성은 포르노를 피합니다.

     

    인간이 따돌림을 싫어하는 것도 사바나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바나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는 집단에 포함되는 게 필수적이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지금 사바나에 살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사바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는 것을 괴로운 일로 생각하는 것이죠. 우리의 뇌는 사바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지능이란 무엇인가?

    벼락
    지능은 벼락 같은 예외적인 환경에 대처할 때 진화한다.

     

    이 책에서는 지능을 연역적 혹은 귀납적으로 추리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유사를 사용하고 정도를 통합해 새로운 영역에 응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지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IQ 테스트로 측정을 할 수 있습니다. 지능은 환경보다는 유전의 영향이 매우 크고, 교육을 받아도 지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지능은 우리 조상이 예외적인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진화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홍수, 가뭄, 벼락같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해결책을 마련했을 때 지능이 발달했습니다. 따라서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은 새로운 존재나 상황에 잘 대응하게 됩니다. 반대로 평범한 지능을 가진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기는 어렵지만, 일상적인 상황에는 보다 더 잘 대처합니다.

     

    3. 지능이 높은 사람이란

    사바나 이론과 높은 지능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TV와 포르노를 덜 즐기는 이유는, 화면 속 사람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은 결혼, 육아에는 미숙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결혼과 육아가 진화적 관점에서는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능의 역설은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생물학적 설계를 외면하고, 진화 과정에서 부여된 뇌의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어리석은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

     

    4. 지능이 높은 사람의 특징

    1) 진보주의자

    진보주의자들은 세율을 올려 소득 분배를 늘림으로써 평등을 추구합니다. 반면 보수주의자는 기회의 평등을 말하면서도,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이타적인 행동에 가까운데, 이러한 행동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종종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가 있는데,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죠. 지능이 높을수록 상식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볼 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2) 무신론자 

    인간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피해망상적 사고를 갖는 방식으로 생존 확률을 높였습니다. 수풀이 움직였을 때, '우연히 움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생명이 있는 자에 의한 의도적인 힘'이라고 보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신앙과 종교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지능이 높을수록 통계적으로 신앙심이 약하고 신을 믿지 않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3) 남성의 성적 배타성

    현대 사회 대부분이 단혼제를 선택했지만, 인간은 애초에 일부다처제를 취해왔습니다. 이는 세계 전통 사회 통계에서 83%가 일부다처제를 선택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체격이 큰 것도 일부다처제의 증거라고 합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성적 배타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지능이 높은 사회일수록 단혼제가 많고 일부다처제가 적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능이 높다고 해서 바람을 덜 피운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유하고, 신체적 매력이 높은 경향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 경제력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일반 지능과 불륜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아직 없다고 합니다.

     

    4) 저녁형 인간

    인간은 야행성 종이 아닙니다. 인간의 시각은 빛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두운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환경을 할 수 없습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행동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습니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늦고, 밤에 자는 것도 늦는 경향이 있습니다. 

     

    5) 동성애

    동성애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부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도 어린 시절 지능이 높을수록 동성에게 끌릴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6) 클래식 음악 선호

    음악의 기원을 따져보면,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였습니다. 노래는 자연스럽지만,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건 최근에 발생한 부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악기 연주로 구성되는 음악인데, 실제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클래식 장르를 선호하고 클래식 프로그램도 즐긴다고 합니다. 

     

    7) 술, 담배, 약물

    술, 담배, 약물은 인간 역사에서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실제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과음하거나 술주정을 부리는 경향이 있고, 약물 범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범죄자는 일반 시민보다 지능이 낮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살인, 폭행, 강도, 절도 같은 대인 범죄들은 옛날 조상들이 배우자를 두고 다투는 것과 유사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현대 사회에서 범죄를 단속하고 조사하고 처벌하는 기관과 기술은 진화적 관점에서 모두 새로운 것입니다.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원과 배우자를 얻기 위해 익숙하고 친근한 수단(절도, 강간 등)을 선택하고, 범죄가 어떻게 단속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약물 사용 역시 범죄이지만, 조상들이 살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범죄이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5. 지능이 높은 사람이 인생에 실패하는 이유

    엄마와 아이
    지능이 높을수록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에는 미숙하다

     

    지능이 높을수록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경향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남녀가 갖고 싶어 하는 자식 수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자는 지능이 높을수록 아이를 덜 갖고 싶어 하고, 남자는 지능과 갖고 싶어 하는 자식 수 사이에 딱히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이는 지능이 높은 여성일수록 고소득 직업을 갖게 되고, 경력 단절을 피하기 위해 임신을 피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서구 공업국에서는 20세기 동안 일반 지능의 평균이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이를 플린 효과라 하는데요. 플린 효과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태어나는 아기의 영양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영양 상태로 성장하는 아기가 지능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 선진 공업국가들이 발전하면서 유아의 영양 상태가 좋아졌고 지능도 상승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능이 높을수록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경향은 떨어지기에, 앞으로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지능은 점점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영국, 호주, 덴마크 등의 국가에서는 21세기에 들어 지능의 평균 수준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지능이 모계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번식 활동에는 미숙하기 때문에, 인생에 실패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연예인, 기업인 등의 유명인들의 이혼 소식을 보면 지능이 높다고 해서 가정에서 성공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진짜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진화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본성과 지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 점이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지능이 인간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책에 나온 지능이 높은 사람의 특징과 내가 일치하는 것 같다면?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지능의 역설>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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